[펌] 규칙이 우리에게 주는 효과

Hobby/Life 2009. 5. 24. 18:00
아래의 일러스트를 보라.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는가? 왠 공중전화에 남,여 구분?

독일의 한 심리학자는 두개의 공중 전화 부스를 설치하고 각각 남성용 여성용이라고 써 붙여놨다. 그러자 신기하리만치 남자들은 남성용 전화 부스로, 여자들은 여성용 전화 부스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다.

전화 쓰는데 남녀 구별이 필요할 리도 없고 상식적으로 잠깐만 생각해도 전화부스가 화장실도 아니고 푯말대로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착실하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따라서 각자 남녀 전화 부스로 들어가는 묘한 현상을 보였다. 심지어 여성용 부스는 텅 비어있고 남성용은 줄이 긴데도 남자들은 여성용으로 결코 넘어가지 않았다. 

누군가 먼저 틀을 만들고 규칙을 정하면 사람들은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성향이 있다. 심리학자 밀그럼은 이런 법칙을 권위에 대한 복종(obedience to authority)이라고 말했다. 즉, 규칙을 정하면 그 규칙은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권위를 행사하게 되어서 순순히 그 만들어진 틀 안에서 움직이게 되는 현상이다.

싸울 때 싸움의 방식을 정하고 시작하면 어떤가? 미친 듯 혈투를 벌이면서도 그 규칙은 충실히 따르지 않던가? 맞다. 규칙을 정하고 시작하라. 듣는 이는 그 틀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그 안에서만 맴돌게 된다.

나와 함께 일했던 미국의 프리젠터들은 다음과 같은 명확한 규칙을 세워놓고 말한다.

1. 청중 머릿속에 요점의 깃발을 꽂아놓고 시작하라.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하려는지 먼저 밝히는 이유는 내가 만든 틀로 들어오라고 초대하는 것이다.

2. 끝을 알려주고 시작하라. 막연해 하고 지루해 하지 않기라는 규칙을 만드는 셈이다.

3. 시작하기 전에 말하고자 하는 바를 큰 그림으로 보여줘라. 길을 떠나기 전에 전체 지도를 보고 떠나면 길이 더 쉬워지듯 내 말도 이해하기 쉬워진다. 또한 청중이 내가 짜놓은 프리젠테이션의 룰을 따를 준비를 하게 한다. 이제부터 내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하려는지 밝혀주라.

4. 먼저 듣게 될 시간을 알려주라. 수많은 경우에 듣고 보는 사람은 ‘얼마나 걸려?라고 반문한다. 당신이 말하는 내내 마음속으로 묻기 전에 먼저 말해주라. ’똑같은 길도 낯선 길일 때보다 익숙해지면 걸리는 시간이 줄어든다. 마치 네비게이션 모의 주행을 보고 길을 떠나게 하듯 하라.

5. 듣는 고객이 처한 상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대답하게 하고 시작하라. 항상 내 발표의 제1규칙은 나는 해결책을 갖고 있다고 인식시켜야 한다. ‘그동안 물 사다 드시느라 많이 불편하셨죠? 물 끓여 드시느라 힘드셨죠? 그 고생을 정수기로 해결하세요. 이제 맘놓고 실컷 물 드실 수 있습니다.’ 라고 계속 당신도 모르게 불편하고 힘들었던 점을 깨닫게 해줘라.

6. 내 말이 왜 듣는 고객에게 중요한지 알려주고 시작하라. ‘제 차를 타세요’해서 타게 된 동승자와 ‘댁의 차를 타도 될까요?’하고 타게 된 동승자는 운전자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라고 듣는 청중과 ‘당신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라는 청중의 태도와 반응도 각각 다르다. 내 말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것은 후자가 되게 만드는 방식이다.


홍보 입찰 프리젠테이션을 하게 됐는데 내가 마지막 순서였다. 앞 사람들이 계속 시간을 초과해서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겼고 심사위원들은 지루해 죽는게 눈에 보였다.
곧 내 차례인데 떠들어봐야 위원들 주섬주섬 짐싸고 있는 행색이 귓등으로도 듣지 않게 생겼다.
일부러 양복 겉옷을 벗어 던지고 급한 듯 뛰쳐나가서 한마디로 시작했다.
“벽에 걸린 저 시계를 보십시오. 5시15분입니다. 약속합니다. 저 시계가 정확히 5시 30분을 가리킬때까지 딱 15분 동안 두 가지만 말씀드립니다. 우리 안건은 어떻게 마케팅 비용을 반으로 줄일 수 있는지 하나! 그러면서도 어떻게 홍보 효과는 두 배로 내게 되는지 둘! 이 두 가지만 들게 됩니다. 시작합니다.”
작업은 끝났다. 사람들은 이제 내가 세운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 시간을 정해놨고 무슨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도 안다. 말을 하는 동안 머릿속에는 두 가지 요점이 깃발로 꽂혀있다. 받아들이는 이해력도 쉬워진다. 설령 조금 이야기가 빗나가도 듣는 이들은 대주제를 머릿속에 박아놨기에 계속 산만해지지 않고 집중력있게 듣게 된다.


사람들은 받아들이는 대상을 놀랄만큼 빠르게 규범화, 도식화시켜 버리는 습성이 있다. ‘이것은 이것이다’라고 내가 먼저 정의 내리면 사람들은 따르게 되곤 한다. 그래서 규칙을 무시하면 혼란에 빠지게 된다고 정치 풍자가 빌 마허(Bill Maher)는 말했다.

기업 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달할 가치나 상품의 이미지의 규칙, 사용방법의 규칙을 정해 놓으면 사람들을 손쉽게 빨리 믿게 만들 수 있다. 당신이 믿고 있는 몇 가지 이미지, 사용방법의 규칙을 되씹어 보자.

1. M&Ms(한국에서는 스니커즈로 잘 알려진 초콜릿 시장 점유율 세계 1위 회사)의 규칙은 ‘손에서는 안 녹고 입에서만 녹아요’(Melts in your mouth not in your hand) - 재밌지 않나? 특수 약품이라도 발라져 있어서 손에선 안 녹고 입에서만 녹는 것도 아니며 다른 초코렛도 결국 마찬가지인데 상품에다가 규칙을 정해버림으로 사람들에게 그런 이미지로 각인된다.

2. 플로리다 오렌지 그로워스의 주스의 규칙은 ‘더 이상 아침식사용이 아닙니다.’(It’s not just for breakfast anymore.) 아침에 먹든 밤에 먹든 내 돈주고 사먹는 주스의 용도에 왜 규칙을 정한 거야.

3. 맥스웰 하우스 커피의 ‘마지막 한방울까지 맛있어요’(Good to the last drop ) 제길, 마지막 한방울은 맛없는 커피가 어딛어?

4. 밀러 라이트 맥주의 ‘맛있고 더부룩하지 않은 맥주’(Taste great, Less filling) 배터지게 먹어봐라. 배 안 부른 맥주가 있나.

5. 두산그룹 처음처럼 소주의 ‘흔들어 드세요.’ 이 규칙대로 사람들은 소주를 아줌마한테 받기 무섭게 열심히 흔든다. 모든 소주가 그렇듯 굳이 흔들지 않아도 알코올과 물은 잘 섞여있다. 염려말고 마셔라.

위의 경우들은 제품에 규칙을 세워놓았기에 고객들은 의심없이 그 규칙속으로 쑥 빨려들어갔다.

내가 근무했던 Wal-Mart는 세일이 없다. 전세계 어느 매장을 가봐도 그렇다. 기가 막히다. 세일을 안하는 마트라니. 하지만 더 희한한 것은 고객들은 불만이 없다. 대신 이 문구를 보게 된다. ‘언제나 싼 가격’ (‘Everyday Low price’ 또는 ‘Always Low price’)

매장의 규칙은 ‘언제나 싸야 한다.’라고 표어를 걸어놨기에 가격 할인 행사가 없거나 프로모션 행사가 없어도 불만 없다. 맨날 제일 싸니까 가격 할인이 있을 수 없지. 이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그저 매일 똑같이 싼 물건을 사야 하는 규칙 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무질서하게 버스를 기다리는 버스 정류장에서 갑자기 세 명만 줄을 서도 그 다음부터 오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 뒷줄에 자연스레 서게 된다.

우리는 이렇게 누군가가 먼저 만들어 놓은 도식속에서 사고한다. 이제는 내가 원하는 틀을 그려주자. 규칙을 정하고 말하라. 그대의 입장이 유리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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