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부진ㆍ미래 부재’ 늪에 빠졌다

Ideas 2007. 1. 26. 17:31
전자 4분기 434억 영업적자-LCDㆍPDP 공장증설 연기… 자산매각도 추진

‘주력 사업은 부진, 미래 사업은 부재. 창립 60년 LG의 미래는?’창립 60년을 맞은 LG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LG전자와 LG화학 등 주력 사업의 실적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미래 성장사업 발굴도 안갯속이다. ‘성과경영’을 외치는 구본무 회장의 주문 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성장엔진의 열기는 식어가고 있다. LCD와 PDP 등 전자 주력 사업인 디스플레이까지 난항을 겪으면서 그룹을 옥죄고 있다.

▶전자ㆍ화학 주력 기업 실적 ‘빨간불’=LG그룹의 가장 큰 고민은 주력 계열사인 전자와 화학의 실적 부진. 그룹 ‘현금창출원(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이들 기업이 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면서 금고는 비어가고 있다. 현금 부족으로 PDPㆍLCD공장 증설을 미루는 등 미래 투자는 전면 제동이 걸렸다. 이는 ‘투자 부진-성장 약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분위기를 감지한 구 회장이 연초부터 계열사 CEO들을 모두 모아놓고 “올해 성과에 대해서는 철저히 점검할 것”이라며 성과 창출을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23일 실적을 발표한 LG전자의 실적은 초라했다. 2002년 회사 분리 이후 처음으로 분기별 영업적자(434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본사 기준 23조1707억원, 영업이익은 5349억원. 매출은 전년 대비 2.5% 줄었고, 영업이익은 반 토막이 났다. 회사 물건을 팔아 돈을 못 벌면서 LG전자는 비사업용 부동산 매각 등 자산재조정에 들어갈 계획이다.

문제는 올해도 뚜렷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PDP모듈과 휴대전화 양대 사업의 실적 개선이 관건이지만 여전히 불투명하다. 회사 측도 PDP모듈은 올 4분기나 돼야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휴대전화는 노키아, 모토롤라 등 글로벌 기업의 공세 속에 ‘초콜릿폰’에 버금가는 히트 모델을 만들어야 하지만 장담하기는 힘든 상태다.

전자뿐 아니라 화학 계열 역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LG화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0.8% 감소한 3339억원, 순이익은 17.9% 줄어든 3288억원에 머물렀다. LG텔레콤과 LG파워콤 LG데이콤 등이 지난해 흑자를 냈지만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정도다.

▶디스플레이 얽힌 실타래 풀고, 미래 성장동력 시급히 찾아야=요즘 LG의 로고인 ‘미래의 얼굴’ 표정이 영 어둡다. 전후좌우 온통 지뢰밭이다.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디스플레이사업의 실타래를 풀어야 하지만 묘안이 없다. PDP와 LCD가 해마다 20~30%씩 가격이 하락하는 데다 표준화 주도권을 잡으려는 삼성전자와 소니 등 경쟁 기업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기 때문이다.

LG필립스LCD의 대규모 적자는 모회사인 LG전자의 지분법 평가손실로 이어지며, 지주회사인 ㈜LG의 실적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LG로선 마케팅과 원가절감, 인력감축 등 단기적 대책에서부터 사업 구조조정까지 총체적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합작사인 필립스의 보유지분(32.9%) 매각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필립스에 버금가는 전략적 투자자를 하루빨리 찾아내 정상궤도에 회사를 올려야 한다. 필립스의 지분 매각에 따른 LG의 경영권 향방까지 고민해야 되는 상황이다.

LG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미래 성장동력 부재. 아직 이렇다 할 미래 사업은 발굴하지 못했다. 과거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로 넘긴 반도체사업 등에 대해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을 하고 있지만 투자 리스크 등의 문제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구 회장이 남용 부회장과 권영수 사장을 LG전자와 LG필립스LCD의 소방수로 각각 투입해 ‘CEO 리더십’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은 실정이다.

권남근 기자(happyday@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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