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새기는 금언, 'SW를 잡아야 IT를 잡는다'

Ideas 2007. 1. 25. 08:43
올랜도(미국)=함정선기자 mint@inews24.com
2007년 01월 24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위치한 월트 디즈니 월드 돌핀 호텔. 지난 22일(현지시각)부터 이곳에는 IBM 로고가 새겨진 가방을 맨 전세계 IT 관련 종사자 7천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모두 IBM이 발표하는 '통합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새로운 솔루션들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IBM이 '통합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를 각각의 솔루션을 통해 발표하는 동안 자리를 가득메운 호텔 강당에는 박수와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IBM이 '통합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선보인 솔루션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은 사실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그동안 이메일, 휴대전화, 메신저 등으로 나눠서 이뤄졌던 커뮤니케이션을 하나로 통합하는 일이다. 이를테면 메신저를 하는 도중 통화가 필요하다면 클릭 한번에 곧바로 상대와 전화를 하거나 화상통화를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현재 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기자의 경우 이 '통합 커뮤니케이션'을 이용하면 회사의 데스크와 메신저로 채팅을 하다가 데스크의 이름을 클릭해 바로 이메일을 전송할 수 있고, 급한 일이 발생할 경우 화상통화를 통해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분명, "대단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IBM이 신제품이라고 내놓은 '통합 커뮤니케이션'은 사실 우리가 수없이 접해왔던 그림이기 때문이다.

IT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의 IT 업체들이 유비쿼터스, IT의 미래 등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홍보 영상물에 한번쯤 등장했던 장면이기도 하다. 인터넷전화와 화상회의, 그리고 이를 통합한 개념은 이미 국내에서는 '별 것 아닌' 정도로 치부될만큼 익숙한 얘기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 소프트웨어(SW) 업체 중에는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우리가 통합 커뮤니케이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업체가 없다는 것이다.

IT 분야에서만은 앞서간다고 자부했던 한국은 이미 인터넷전화를 상용화시켰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메일과 메신저를 사용할 수 있을만큼 '통합 커뮤니케이션'을 구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

그러나 막상 국내 기업들이 '통합 커뮤니케이션'을 도입하겠다고 결심하면 이들은 분명 IBM이나 MS의 솔루션을 선택할 것이다. 홍보물에서가 아닌 현실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통합 커뮤니케이션'의 솔루션을 지금 바로 제공해줄 수 있는 업체들이 이들이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분명 '통합 커뮤니케이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업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IBM과 MS가 갖춘 솔루션만큼의 완성도를 제공하고 지원을 하기는 어려울 것임에 틀림없다.

이 때문에 기자는 7천명이 IBM에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동안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전세계 IT 종사자들의 박수갈채 대상이 우리 IT 기업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랬어야만 한다는 생각에 억울한 기분마저 들었다.

'SW가 살아야 IT가 산다.' IT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얘기다. 곧 전세계 기업에 자신들의 로고가 박힌 '통합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구축하게 될 IBM과 MS만 봐도 이 말은 옳다.

우리가 그동안 그려온 IT 미래의 청사진들이 그대로 청사진으로 남아있는 동안 세계적인 SW 기업들은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지금도 뛰고 있다. 조바심이 날 정도다.

IBM과 MS와 같은 규모와 투자, 인력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잖은가. 휴대폰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나라라면 SW 분야라고 불가능할 리 없다.

IT 미래를 현실로 만드는 일. 정부와 대기업 등 이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힘'과 '지원력'을 가진 IT 강자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또 다시 아쉬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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