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경보음 … 갑자기 밝아지면 자살결심 신호

Ideas 2007. 2. 16. 10:35

주위에 "우울하다.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이 있는가.

이런 말을 하는 이는 대화 상대자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말을 외면한다면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울증 등으로 인한 자살은 반드시 사전에 예고되기 때문이다. 이는 뒤집어 생각하면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는 것. 전문의들은 자살 위험에 빠진 사람을 발견했다면 지체없이 정신과 치료나 심리상담을 받도록 조치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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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사전 경고가 울린다

자살은 정신의학적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응급상태인데도 간과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자살은 80% 이상이 극심한 우울증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우울증을 조기 발견·치료하는 게 자살을 막는 핵심이라는 얘기다.

우울증에 빠진 환자는 평소 '죽고 싶다'는 말을 하거나 일기장에도 남긴다.

또 '유언'과 비슷한 말을 하고 평소 못 만나던 사람까지 찾아 다닌다.

김세주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정신과 교수는 "이들은 자살을 앞두고 자신을 도와 달라는 진지한 요청을 하고 다닌다"며 "내심 '내가 뭘 해주면 좋을까' '너 혹시 죽고 싶은 생각이 드니' 같은 질문을 받기 원한다"고 말했다.

김영돈 대전선병원 신경정신과 과장은 "우울증 환자들이 확실하게 '죽고 싶다'는 대답을 한다면 응급상황으로 간주하고 병원으로 인도해야 한다"며 "자살을 암시하는 사람 곁에 항상 가까이 있어 주고 관심을 표명하는 것만으로도 자살 예방 효과는 크다"고 조언했다.

그는 "자살 기도자는 대부분 극도로 외로운 사람들로 친구가 진정으로 설득하면 충분히 비극을 막을 수 있다"며 "개인차가 있지만 대략 첫 자살 시도 후 일정 기간(약 3개월)만 무난히 넘긴다면 자살 확률은 현저히 떨어지므로 초기 집중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울증을 보이다 갑자기 좋아진 경우 죽음을 결정했다는 신호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김 과장은 지적했다.

우울증이 심각할 때는 자살할 의욕조차 없다가 차츰 기력을 회복하면 성격이 밝아진 것처럼 보이면서 자살하고 싶은 충동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한창환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환자 스스로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인식하지만 정신과에서 직접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며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정신병자로 취급하는 사회적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물과 상담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자살하려는 생각은 우울증 치료제로 쉽게 누그러뜨릴 수 있다.

정찬호 마음누리신경정신과 원장은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의 80% 이상이 우울증 정신분열증과 같은 정신과적 문제를 안고 있다"며 "최신 SNRI 계열 우울증 치료제는 몇 주만 복용해도 우울증이 현저하게 개선되고 6개월 추가 복용하면 우울증 및 자살 기도의 재발을 75%가량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SNRI 계열 치료제는 행복감을 고양하는 '세로토닌'과 각성·흥분을 유발하는 '노르아드레날린'의 혈중 농도를 높여 우울증을 개선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견해다.

그러나 약물 치료의 효과를 높이고 근본적인 치유 과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상담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정 원장은 "우울증 환자는 자신의 처지가 미래에 더 나아지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감에 빠져 있으므로 대화를 통해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죽음의 본질에 관한 토론,나의 정체성과 사회구조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교육이 자살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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